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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 단상

2023년 08월호

단상

나로부터 시작하여 함께 하는 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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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가 될 때까지 세 아이의 엄마인 전업주부로 정신없이 살아왔다. 늘 가슴 한 켠에 나의 존재가 지워지는 것에 불안함이 있었지만 그나마 30년 지기 친구가 있어 그 걱정은 가슴에 묻어둔 채 지냈다. 그리고 갑자기 나를 오롯이 기억해 주는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그 이후로 나는 내 이름을 잃었다. 나를 이름으로 기억해주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자 나는 그저 딸들의 엄마이자 남편의 아내로 남은 것이다. 그때 한없이 흘러가던 시간이 멈추었다. 이제는 누군가의 인생에서 조연이 아닌, 나의 존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망설이다가 시작한 것이 사진이었다. 어린 시절 친정아빠께서 필름 카메라로 늘 가족을 촬영해 주셨고 나는 대학에서 사진동아리 활동을 했었다. 그런 작은 인연으로 2012년 고양영상미디어센터에서 다시 사진을 배웠다. 주부가 사진을 배우는 것이 가사활동에 무슨 도움이 되냐는 말들과 달리 나의 이야기를 카메라를 통해 전달하는 법을 점차 알아갔다. 느리지만 차근차근 그리고 꾸준히 사진수업을 배웠다. 그 결과 ㅇㅇ엄마, ㅇㅇ아내가 아닌 ‘박선영’이라는 세 글자가 올라가 있는 전시를 경험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나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평생교육을 통하여 스스로 삶을 살아간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2016년, 그동안 꾸준히 배워왔던 사진 활동에 기회가 생겼다. 고양시의 마을, 인물, 문화재를 기록하는 사진 공동체를 결성하게 된 것이다. 옛 시골 할머니 댁의 정겨움을 가진 고양시 성석동 진밭마을은 사진공동체가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기록을 하고 있다. 8년이란 시간 동안 마을 주민분들과 유대감도 커졌고 고양시에서 전통문화 계승에 힘쓰는 성석두레보존회에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 꾸준히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 ‘고양시 진밭마을 성석두레 보존회’가 2021년엔 고양문화재단 전통시각 작가로 선발되어 고양아람누리 갤러리에서 개인전도 열게 되었다. 코로나 시국이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관람을 해주셨다. 도시화가 확산되고 농촌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고양시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있는 성석농악 진밭두레 보존회에 고양 시민들의 애정과 관심을 주셨다.


 이 경험은 스스로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나를 찾기 위해 시작한 사진공부가 우리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스스로가 이기적이진 않을까 고뇌하던 시간들에 해답이 되듯 나의 활동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이 활동에 힘입어 사진에 대한 소명의식이 더 높아졌고 개인이 아닌 마을 주민들과 함께 주민들의 시선으로 사진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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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고양아카이브016 공동체 대표로 고양시 마을 기록단을 모집해 관산동의 사라 져가는 마을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아카이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세상과 단절된 삶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해준 평생교육은 세 아이의 엄마, 아내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박선영이란 이름을 다시 찾게 해 주었고 나로서 오롯이 설 수 있게 해주었다. 사진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이웃을 돌아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에 기쁨을 알게 되었다.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는 중장년층에게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고양시 평생교육은 또 다른 인생 2막을 열어 주리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진심으로 응원한다.

 

 

글 | 박선영/ 고양아카이브016 대표(2023 경기문화재단 에코뮤지엄 고양아카이브016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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