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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 정담

2022년 06월호

정담

[인터뷰] 배다리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신동수

[인터뷰] 배다리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신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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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갠 골목은 깨끗했습니다.

도시 재생 사업으로 새 단장을 기다리는 빌라들 사이에 키 큰 나무들이 유난히 화려한 초록빛을 내고 있었지요. 신도시로 확장되고 발전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쇠퇴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이 생기게 되는데 이 골목이 딱 그렇네요. 어깨를 나란히 하는 키 낮은 빌라 위로 솟은 새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마치 이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 듯합니다.

도시 재생은 여러 사회적 요인으로 쇠퇴하는 도시 지역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매체를 통해 익숙해진 뉴딜 사업이 고양시에서도 진행되었습니다. 2017년부터 시작한 도시 재생 뉴딜 사업은 도시 쇠퇴에 대응하여 물리적 환경 개선과 주민의 역량 강화를 통해 주거 복지 실현, 도시 경쟁력 회복, 사회 통합, 일자리 창출을 달성하는 도시의 종합 재생 사업입니다. 이곳 원당에도 도시 재생 뉴딜 사업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낡은 벽이 허물어지고 후미진 골목에는 버려진 쓰레기 대신 꽃들이 주민을 반깁니다. 

오늘은 원당 도시 재생 뉴딜 사업으로 삶의 변화를 경험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함께하는 ZOOM:IN 공간’ 마을카페는 손꼽는 노을 맛집


인터뷰 장소로 초대받은 장소는 배다리 사랑나눔터 5층, ‘함께하는 ZOOM:IN공간’입니다. 원당 어울림 플랫폼인 <배다리 사랑 나눔터>를 마을 카페로 조성한 곳이지요. 노후 상가를 시에서 매입하고 주민을 위한 다목적 지원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건물 5층에 위치합니다. 카페에 들어서자 탁 트인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창문마다 걸린 외부 풍경은 여느 ‘뷰 맛집 카페’를 능가할 정도였지요.


김호석 평생학습센터 팀장 (이하 김) : 반갑습니다. 이렇게 멋진 곳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교동 주택가에 이런 멋진 풍경을 가진 카페가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

 

신동수 배다리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하 신) : 어서 오세요. 알고 보면 여기가 노을 맛집이에요. 덕양구에서 손꼽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 카페가 너무 좋아서 이곳 주민들이 부러울 정도입니다. 어서 이곳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습니다. 먼저,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 저는 원당에서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고요. 원당 도시 재생 사업이 시작되면서 도시 재생 주민 협의체 활동을 3년여 하고, 지금은 ‘배다리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신동수’라고 합니다.

 

: ‘배다리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은 어떤 성격의 협동조합인가요?

 

: 조합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법인 단체입니다. 각종 사업으로 발생한 수익을 지역에 재투자하는 구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민 협의체로 뉴딜 사업에 참여했던 주민들이 뉴딜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속해서 거버넌스를 통한 마을 사업을 할 수 있으려면, 국토부에서 안내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사협) 형태의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주민 협의체에 소속된 다양한 주민들의 요구들이 소통과 협의를 통해 조율되고 반영되는 등 많은 경험을 해 왔습니다. 이 경험들이 사협을 설립할 수 있었던 근간이자 힘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사협이 설립되는 과정에서 경험과 성장, 변화가 있었겠군요.

 

: 그렇죠. 우선 주민들의 형태가 아주 다양했어요. 저처럼 주거지는 다른 곳이지만 사업체가 원당에 있는 주민, 직장인, 생활 주거인 등 속해 있는 형태가 다양했죠. 그만큼 목소리도 다양했어요. 이런 주민들이 협의체 활동을 통해 좋은 경험을 쌓아 온 것이죠. 코로나로 인해 원하고 바라던 만큼 활동을 할 수 없어 아주 아쉬웠지만 각자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는 값진 시간을 보냈어요.

 

: 주민의 형태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거주 여부에 따른 활동의 어려움이 있으셨는지요?

 

: 있었죠. 제가 주민 협의체 대표를 맡으면서 1년여 동안 공격과 오해를 많이 받았습니다. 원하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냐, 타 지역 주민이 왜 주민 협의체 활동을 하냐 등등 말이죠. 1년을 넘게 같이 활동하면서 공격이나 오해가 사라졌어요. 생활권자에 대한 인식이 새로 정립이 된 것이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 동안 머무는 곳은 주소지가 아니라 제 사업체가 있는 여기 원당입니다. 원당 생활권자지요. 재산권을 행사하는 주민이던, 직장인이던 이 지역 생활권자라는 거죠. 생활권자로서 지역에 대한 노력과 애정은 구별 지을 필요가 없어요. 왜냐면 지역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민 협의체 가입 조건은 생활권자입니다. 거주민이 아닌 생활권자가 협의체 대표를 하는 경우는 저밖에 없을 것 같아요. 또 다른 사례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통에서 소통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느새 모두 소중한 파트너...

: 도시 재생 사업이 이사장님의 주요 활동이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요?

 

: 실은, 도시 재생 사업에 대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주민 조직 생성과 도시 재생 사업 진행에 대한 요구를 제게 했었죠. 도시 재생의 주요한 핵심은 바로 주민 조직입니다. 당시 주민 조직이 없어 조직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당에 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던 그때는 그저 주민을 모아 활동을 같이하면 되는 것쯤으로 생각했죠. 통장님들께 전화해서 원당 도시 재생 사업을 한다고 하니 함께 사람을 모아 논의를 해 보자 한 것이 2017년 10월, 그때부터 지금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도시 재생 사업이 저나 주민들에게도 생소했고 이해의 차이로 갈등도 있었어요. 모두가 이견을 수용하고 소통하는 방법에 서툴렀던 겁니다. 마을 활동은 성과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하나씩 조율하고 맞춰 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변해 갔죠. 마을 주민으로서의 주체성이 적극적인 참여로 드러났고 공동체에 대한 애착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진통에서 소통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느새 모두 소중한 파트너가 되어 있더라고요.


: 도시 재생 사업 과정은 어땠나요?

 

: 전 연령의 한계를 넘고 싶었어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죠. 연령과 영역이 다른 주민들이 서로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자신의 요구가 반영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쉽지 않았죠. 주민 협의체의 에너지가 모이면서 바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나갔습니다. 제일 먼저 주민 협의체를 알리기 위해 동네 청소부터 시작했어요. 동네 주민들이 조금씩 알아보면서부터 소문도 나기 시작했죠. 주민 협의체는 지역 특성과 주민의 요구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 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지속해서 시도했어요. 문화 사업을 통해 문화 인프라가 없는 주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영화 상영이나 음악회를 진행했는데 주민들이 아주 행복해했어요. 동네의 변화를 느끼면서 주민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음악회지만 기존 콘서트만큼의 탄탄한 출연진과 구성으로 기획했고, 직접 준비 과정과 행사에 동참하는 경험은 마을 주민으로서의 주인의식과 뿌듯함을 느끼게 해 주었어요. 

 

: 주민들이 변화의 주체라고 느끼게 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낸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제가 느낀 큰 변화는 갈등을 극복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 이견에 대처하는 태도의 변화 등에서 서로가 성장한 것 같아요. 주민의 마음과 시선이 변하니깐 동네가 변하기 시작하더라고요.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협업 과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 모두가 배웠죠. 우리 동네 주민 협의체 워크숍은 너무 빡빡하다고 말할 만큼 진지하고 알차게 진행합니다. 결국 그 노력이 우리 모두를 변하게 했어요. 원당 주민의 특성과 생활 유형을 보면 소모임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동아리나 공동체를 조직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시간을 두고 지속해서 준비하고 도전해야 할 과제인 것 같아요. 그 과정 또한 성과로 봅니다.

 

배다리 나래 뜰 가을 음악회
배다리 작은 음악회

  

배다리 나래 뜰 꽃씨 심기 행사
배다리 나래 뜰 꽃씨 심기 행사

  

평생학습은 삶을 살리는 호흡과 같아요.

: 도시 재생의 롤모델로 소문이 나 있던데요. 도시 재생 사업을 하는 공동체에게 특별히 해 줄 말씀이 있을까요?

 

: 전 성과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해야만 성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바꾸는 거죠. 양적인 결과치보다 과정과 그 의미에 대한 공동 인식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하는 ‘우리’에 집중하는 겁니다. 지역의 경계, 정서적 경계, 행정적 한계를 넘고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어요. 


: 지금까지 주민과 마을의 변화를 잘 설명해 주셨는데요. 이사장님 개인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 도시 재생 사업에 뛰어들면서 제가 많이 변했습니다. 주민과 마을이 제 삶의 키워드가 될 줄 몰랐어요. 일련의 경험을 통해 마을을 더 자세히 보게 되었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어요. 이젠 내 사업체를 운영하는 개인이 아닌 이 지역의 한 일부로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지역을 촘촘히 볼수록 애착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혼자 사는 삶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할 수 있어요.

 

: 지금까지 말씀해 주신 내용은 ‘일상이 학습’이 되는 좋은 사례입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이사장님에게 평생학습은 어떤 의미일까요?

 

: 학교를 졸업하면서 ‘이젠 안 배워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루하루가 배움이더라고요. 배움이 엮여 삶이 되는 것 같아요. 도시 재생 뉴딜 사업이라는 생소했던 계기를 통해 저도 성장하고 마을이 성장하는 것을 봤고요. 함께 변화를 끌어내는 과정이 봉사라는 것을 학습했죠. 주민들과 활동하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학습이 아닌 것이 없었죠. 어르신들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평생학습은 삶을 살리는 호흡과 같아요.


훤칠하고 수려한 외모에 시원시원 막힘없이 자기 경험을 풀어놓은 신동수 이사장은 뜻밖의 여정을 통해 주민과 마을을 알게 되었고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경험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 시간이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욱 진한 애정을 서로에게 가졌는지도 모릅니다. 신동수 이사장의 눈빛이 유난히 진중하면서도 반짝거렸던 것은 주민들과 함께한 시간의 기억을 담고 있어서는 아닐까요? 

 

배다리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신동수
배다리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신동수

 

 

 

(글) 임은정 l 사부작 사부작 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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