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시 평생학습 최신 기사를 만나보세요.
[인터뷰] 고양이민자통합센터 김세영 센터장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감사는 제가 드려야죠. 우리 이야기를 널리 알리는 기회를 주시는 거잖아요!”
고양이민자통합센터의 김세영 센터장은 타인 중심의 배려와 소통이 몸에 이미 배여 있음을 짧은 통화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성사된 9월 정담 인터뷰를 취재하러 가기 위해 약속된 시간에 맞춰 출발했습니다.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오니 비가 억수같이 내립니다. 장대비가 차 지붕을 뚫을 기세로 퍼붓기 시작했지요. 앞이 보이지 않는 빗속을 뚫고 원당 공영주차장에 겨우 도착하고 보니 아뿔사, 차를 몰고 오느라 우산 챙기는 것을 깜빡했지 뭡니까. 웹진 담당 주무관님의 자그마한 우산 아래 몸을 비스듬히 대충 숨기고 50미터 앞 고양이민자통합센터로 종종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고양특례시에 거주하는 외국들인의 든든한 ‘홍반장’
김세영 고양이민자통합센터장 (이하 김) : 아이고! 흠뻑 젖으셨군요. 이렇게 궂은 날씨에도 인터뷰하러 와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 드시면서 천천히 이야기 나눠요.
임은정 사부작사부작 웹진기자 (이하 임) : 오늘 궁금한 질문들이 많이 있어요(웃음). 시민들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어렴풋이 아는 단어라고 생각할 테지만 ‘고양이민자통합지원센터’는 낯선 기관이라는 느낌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우선 기관 소개 먼저 해 주시겠습니까?
김 : 고양이민자통합센터는 고양시에 체류하는 모든 외국인을 지원하는 통합기관이에요. 결혼이민자,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가정, 유학생, 중도입국청소년, 난민 가정을 위해 체류를 위한 여러 서비스를 지원하는 곳이죠. 한국어 및 한국문화, 한국 사회적응을 지원하는 복지 및 교육기관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임 : 한국에 있는 모든 외국인이 대상이 되는 건가요?
김 :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자 하는, 체류를 목적으로 하는 모든 외국인이 대상이에요. 난민 지원자나 탈북자 자녀 등 모두 포함합니다. 법률적으로 표현하자면 외국인 등록증을 가진 모든 외국인을 말합니다. 외국인 등록증이란 한국에 90일 이상 체류할 목적으로 있는 외국인들이 발급받는 증서입니다. 이 외국인 등록증을 가진 모든 외국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물론, 난민 신청자도 포함되고요.
임 : 아, 난민들도 난민 신청을 해야 하는군요.
김 : 그렇습니다. 난민은 ‘난민 신청자’와 ‘난민 인정자’로 나뉩니다. 난민 신청자 중에 난민으로 인정되는 사람들은 ‘난민 인정자’로 구분되죠.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임시 체류 허가를 받고 지낼 수 있어요. 모두 한국에 체류하기 위한 과정이거나 체류하는 상황이니, 어떠한 난민이라도 저희를 통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임 :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나라별 분포가 어떻게 되나요?
김 : 가장 많은 이민자는 중국인입니다. 중국인은 조선족과 한족 등으로 나뉘는데 조선족이 가장 많고 그다음 한족 순입니다. 230만 명 정도의 외국인 중 약 100만 명 정도가 중국인이죠. 2위는 베트남인이에요. 통계상으로 미국 국적도 많은데 미군들도 포함되기 때문이에요. 미국을 제외한다면 3위는 필리핀, 4위는 일본 순입니다. 1990년대 초 중반에 입국한 일본인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이때 입국한 일본인들은 주로 종교적인 이유였어요.
임 : 고양이민자통합센터는 언제 설립이 되었나요?
김 : 저희는 2010년부터 시작되었어요. 2007년에 ‘재한외국인기본처우법’이 만들어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이민자통합센터 등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요. 체류 외국인이 많았던 것에 비해 조금 늦은 감이 있죠.
임 : 센터장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고양이민자통합센터’를 운영하게 되셨나요?
김 : 저한테 계기가 되었던 첫 만남은 베트남에서 엄마와 함께 들어온 중도입국청소년이었어요. 이후 동포의 다양한 어려움을 접하면서 조금씩 확장되기 시작했어요. 중도입국청소년 중에 학교 밖에 머물러 있는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돕기 시작하면서 다문화대안학교도 같이 운영하기 시작했고요. 영주권이나 국적 취득을 위해서 저희가 직접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기관설립을 하게 된 거죠. 2010년 이전에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고양시에서 의정부나 안산 등으로 갔어야 했죠.
임 : 2010년 이전에도 고양시 거주 외국인들이 꽤 많이 있었을 텐데 정보 취득이나 기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군요. 그분들에겐 이 고양이민자통합센터가 정말 소중한 곳이겠습니다. 외국인이 한국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다각적인 서비스가 지원되어야 할 것 같은데, 센터의 자력으로 가능한 일인지요?
김 : 우선, 법무부 지원으로 ‘영주’, ‘국적취득’, ‘체류’ 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시 보조금으로 특별활동이나 공동체 형성 등에 관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의료나 생활 편의에 관한 지원들은 사회복지 공동모금이나 재단법인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실질적 대안교육에 관한 것은 도 교육청 예산을 받아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많지 않은 예산이지만 필요한 지원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임 : 촘촘하게 필요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네요. 홈페이지에 다양한 카테고리로 프로그램 소개가 되어 있던데요. 대표적인 몇 가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 : 사회통합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본인의 체류 자격을 변경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요. 주로 한국어나 한국문화, 한국 사회 이해 등을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양시 다문화대안학교는 중도입국청소년, 이주배경 청소년, 다문화가정 자녀, 탈북자 자녀들에게 공교육 진입 준비에서 대학 진학까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도입국청소년센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학교 밖 아이들의 입학 상담, 공교육 진입을 위한 다양한 행정 절차 등을 돕고 있습니다. 원당골목학교는 다문화가정 자녀들 중에 기초학습 보완과 아울러 이중언어의 강점과 장점을 살려 주는 내용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중언어라는 좋은 역량을 극대화하고자 합니다.
중도입국청소년으로 입국해서 한국말이 서툰 채 군입대를 해야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임 : 여러 프로그램과 학교들을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쉽지 않은 영역이겠습니다. 가장 운영이 힘든 곳은 어디인지요?
김 : 다문화대안학교입니다. 이 학교는 도 교육청 예산으로 3,700만 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어요. 1년 예산으로 받아 운영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예요. 아이들의 진학, 진로 그리고 정착을 위한 학교인데 이 예산으로는 상당히 운영이 어렵습니다. 19세 이후 사회로 진출 또는 진학을 위해 준비를 해야 합니다. 취업을 위한 기술 취득도, 대학 진학 준비도 지원이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중도입국청소년들은 말 그대로 청소년기에 들어오는 경우죠. 한국어를 3~4년 만에 습득하고 바로 사회에 나가야 하는 친구들인 겁니다. 군입대를 해야 하는 남자아이들은 언어 장벽도 있고 정서적으로 유대를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요. 적응이 쉽지 않습니다. 대학 진학을 힘들게 한 친구들도 중도 포기가 많아요. 학습 동기의 유지나 확장, 미래 비전 등을 설계할 의지를 갖기 힘들거든요. 그러다 보니 일용직으로 나가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거죠. 자아 존중감이나 효능감, 회복 탄력성 등 아이들의 건강한 정서적 지원과 교육 지원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합니다. 이들의 소속감과 연대감 형성은 곧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가 되는 거거든요. 현재 사실상 성인들의 교육 지원이나 정서 지원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임 : 말씀을 들을수록 더 체계적이고 꼼꼼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느껴집니다. 사각지대가 이 내부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네요.
김 : 모든 외국인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제도가 필요하지만 특히 탈북자 자녀에 관한 관심은 너무 절실합니다. 서비스가 필요한 인구나 요구에 반해 예산이나 환경이 몹시 열악해요. 탈북자녀를 위한 고양시 한벗학교에서 제공되는 지원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보다 나은 환경에서 지내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이나 긍정적인 삶의 의지를 향상할 수 있거든요. 민간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평생교육과, 아동청소년과, 평화미래교육정책관 등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하고 있긴 합니다만 역부족입니다.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방인처럼 소외된다면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담보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현재 고양시에 탈북자만 700여 명인데 자녀를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인구겠죠. 지자체에서 구체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당장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외국인 주민자치회’는 사회통합을 위한 기본 조건입니다.
임 : 평생학습, 외국인들에게 얼마만큼 노출되어 있고 제공되고 있을까요?
김 : 아직은 제한적이죠. 검정고시, 진로를 위한 자격증, 한국 사회 이해와 정착을 위한 단계적 교육 등이 더 체계적이고 다방면적으로 꾸준히 제공되어야 하지만 이 모든 서비스가 예산의 폭에 따라 같이 움직이게 되니까 양질의 지원을 담보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단발성 프로그램보다 지속적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사회의 인적 자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민자들에게 어떤 평생교육보다 더 절실한 것은 일자리입니다. 경제적 자립을 가능케 하는 평생교육이 이들에게 가장 필요하단 거죠. 다문화 강사를 양성하고 역량을 강화해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은 결국 문화다양성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자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임 : 가장 필요한 지원 세 가지만 말씀하신다면요.
김 : 첫 번째, 일자리입니다. 자격증이 필요하죠. 두 번째, 외국인 주민자치입니다. 전반적인 사회에 대한 이론과 체험이 필요하죠. 세 번째, 결혼이민자들이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기회 제공입니다. 수혜자로서가 아니라 동등한 또는 제공자 입장에서 소통하고 활동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아까 언급한 바와 같이 이중언어나 문화를 전달하는 강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거나 하는 것이죠.
임 : 지금까지 활동하시면서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무엇이었는지요?
김 : 자녀들이 19세 이후에 진로, 진학이 이뤄지지 못해 체류 자격을 얻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좀 더 세심하게 지원해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임 : 그렇다면 가장 보람된 경우는요?
김 : 본국으로 돌아가서 성공하고 안정된 삶을 사는 외국인들이 저를 본국으로 초청할 때죠. 방문하러 일 년에 한 번 정도 출국하는데, 그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임 : 이야기가 매우 길어서 시리즈로 기사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바람이 있다면요?
김 : 이민자들의 서비스가 통합되고 양질의 서비스가 지원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통합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다문화가정 지원법과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이 이민자들을 위한 법령인데, 이 두 법령이 통합되어야 합니다. 이 법령의 대상은 구별되어 있죠. 다문화가족을 위한 정책, 제도가 굉장히 잘 되어 있지만 그 외 대상에게는 오히려 차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관계 법령을 바꾸고 지자체에서의 예산도 이에 따라 가족 중심에서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조례에 의해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아직 주무부처 등 관계자들의 적극적 의지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시 공무원, 주민자치, 시민단체 이 주체들의 인식개선과 관심, 적극적 참여가 이들을 위한 진정한 사회통합을 촉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더불어 다문화 전문가 과정을 개설하여 배출된 전문가들이 지역 사회와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장을 활성화하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외국인 주민자치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각 동의 주민자치회와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는 거죠. 만나야 소통도 통합도 가능하지 않겠어요? 사회 통합을 위한 기본 조건이죠. 장을 펼쳐서 모든 재한외국인과 기존 주민이 서로 낯을 트고 말을 섞게 해야 친밀감도 이해도도 높아져요.
고양시민과 외국인이 어울렁 더울렁 어울려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임 :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하여 국제평생학습도시들과 국제회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민자로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어요.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교육 훈련 지원이라고 해당 국가에서 답을 하셨죠.
김 : 맞습니다. 여러 혜택 가운데 학습의 기회만큼 중요하고 우선되는 것이 없죠. 교육이 가장 중요하고 일상에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그 사회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지역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원 기관이 한 곳으로는 부족하고요. 고양특례시와 같은 특례 도시는 구별로 지원센터를 두거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랑 통합해서 체계적인 조직 관리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외국인들도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을 이해하고 알아가기도 하고 외국인 주민자치회를 만들어서 공동체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하죠. 시민들 대상으로 이중언어를 가르치는 기회 등을 통해 주민과 함께해야 한다는 거죠.
임 : 외국인들에게 평생학습은 무엇일까요?
김 : 진입장벽이 높은 것. 특정인에게 열린 기회 정도로 인식되고 있어요.
임 : 자,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어요. 마지막으로 김세영 센터장님의 꿈은 무엇인지요?
김 : 시와 함께 촘촘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제대로 된 고양이민자통합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넉넉한 예산으로 풍요로운 서비스를 하고 싶고요. 그리고 청소년에 대한 교육을 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말고요. 넓고 멋진 운동장에 좋은 학습 환경을 갖춘 건물에서 원하는 것을 모두 배우게 하고 싶습니다. 외국인들만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 고양시민과 외국인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울렁 더울렁 놀 수 있는 놀이터로 센터가 이용되면 좋겠어요.
아마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않았다면 2시간도 훨씬 넘었을 인터뷰였을 겁니다. 그러나 1분도 놓칠 수 없는, 아니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들로 꽉 채운 인터뷰였지요. 김세영 센터장님은 욕심쟁이였습니다. 재한외국인들이 행복하게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넘쳐흘렀어요. 아름다운 이 욕심이 우리 고양시민에게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욕심꾸러기가 되어 재한외국인들이 고양특례시에 거주하는 동안만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새 거짓말같이 맑게 갠 하늘을 쳐다보며 코로나 대신 이런 욕심이 전염 아니, 전파되기를 바랍니다.
(글) 임은정 l 사부작 사부작 웹진 기자
※ 만나고 싶은 고양시 평생학습 동아리나 인물이 있으신가요?
“의견내기”를 통하여 알려주세요!
고양시 평생학습 최신 기사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