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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 정담

2022년 09월호

정담

[정담] 고양시여성노동자복지센터 전선윤 센터장

[인터뷰] 고양시여성노동자복지센터 전선윤 센터장


일하는 여성들의 ‘일*생활 균형’적 삶   ‘슈퍼맘’, ‘슈퍼우먼’

2022년 9월. 어느새 가을이 되고 코로나(국내 2020.1.20. 발생)가 우리 삶을 뒤흔들어 버린 지 어언 만 3년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재택근무, 비대면 수업,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예상치 못한 일상의 큰 변화를 겪으며 ‘돌밥(돌아서면 밥)’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고, 돌봄 노동과 여성 노동자들의 삶이 재조명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지요. 사회적 거리두기는 학교, 직장, 이웃 등 모든 사회적 관계와 행위를 물리적인 공간의 제한으로 축소하도록 강제하였습니다. 이는 ‘양성평등’, ‘여성 인권’이라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삶의 여러 장면을 적나라하게 대면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지요.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가을 하늘에 마음이 두근거려도, 코로나는 아직 우리 곁에 있고 여전히 소외되고 가려진 삶의 불평등은 공존합니다. 오늘은 침묵 속의 고통을 찾아 힘들게 고군분투하는 기관의 담당자를 만나 보고자 합니다. 


임은정 사부작사부작 웹진 기자 (이하 임) : 취재에 응해 주셔서 감사해요!

전선윤 고양시여성노동자복지센터장 (이하 전) : 취재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한걸요!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작은 회의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고양시여성노동자복지센터’는 ‘센터’라고는 하지만, 공간은 행정 업무만 볼 수 있는 실용적인 사무공간(다소 협소한)이었습니다. 공간 크기에 집중하지 않고 서비스에 집중하는 기능적 센터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일*생활균형’이 가능한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비전!

: 코로나로 많은 영역과 계층이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죠. 특히 일하는 여성들의 어려움은 잠시 이슈화되었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많이 궁금했습니다. ‘고양시여성노동자복지센터’라는 기관의 이름이 매우 생소한 분이 많으시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먼저, 기관 소개부터 해 주시겠어요?

 

: 네. 우리 기관을 많은 분이 모르고 계신다는 현실에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양시여성노동자복지센터’는 2001년 4월 1일에 개소했어요. 고양시 여성가족과에서 위탁 사업을 받아 고양 YWCA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여성노동자’가 아니라 ‘여성근로자’센터로 시작되었어요. 2019년에 ‘여성노동자복지센터’로 바뀌었어요. 근로자는 피고용인으로서 수동적 입장을 드러내는 단어라는 의견 때문에 노동의 능동적이고 주체성을 더욱 부각할 수 있는 ‘노동자’라는 단어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고충 및 권익상담과 역량강화 교육 그리고, 커뮤니티 지원을 통하여 모성보호 정착과 일생활균형이 가능한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우리 비전이지요. ‘여성노동자복지센터’는 경기도 협업 사업으로 안산, 수원, 고양, 이렇게 3개 센터가 있어요.

 

: 사실 ‘고양시여성노동자복지센터’ 외에 여성을 위한 기관이 더 있잖아요. 어떻게 다른지요?

 

: 네. 여성복지회관도 있고 여성인력개발센터나 새로일하기센터 등이 있죠. 교육의 기능과 대상이 명확한 기관들이에요. 그러나 일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서 및 심리, 노무 상담 등이 특화된 기관과 프로그램이 없었어요. 사회 재진입만큼 중요한 것이 사회 활동과 직업 활동을 하는 일하는 여성의 삶의 질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인데, 이런 것과 관련된 복지 서비스가 없었다는 말이지요. 우리 기관도 처음에서 직업 훈련과 혼재되어 있었어요. 그러나 현재는 위에서 언급한 곳과 같은 타 기관에서 직업 훈련을 진행하는 상황이라, 현재 일하는 여성에게 초점을 두고 역할과 기능을 분리할 수 있었죠. 

 

: 그렇다면 일하는 여성을 위해서 제공되는 것은 주로 어떤 것인지요?

 

: 일과 생활 균형을 위한 지원입니다. 워라벨(‘워크 라이프 벨런스(work-life balance)’를 줄여 이르는 말로,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이르는 말)이라는 취지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필요성과 욕구의 크기에 비해 사회적 지원체계와 제도, 개념이 명확히 설립되어 있지 않아요. 일하는 여성들이 원하는 워라벨이 무엇일까요? 가사와 육아 노동과 일을 잘 병행할 수 있는 ‘슈퍼맘’, ‘슈퍼우먼’이 될 수 있는 지원으로 흘러가는 것이 현실이자 한계입니다. 퇴근 후의 가사와 육아 노동이 또 다른 일이기 때문에 주로 코칭 위주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요. 

 

: 맞아요. 특히,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에게는 저녁이 있는 삶을 기대하기란 어렵죠. 

 

: 기관 차원이 아니라, 제도적이고 정책적인 차원 즉 국가적 차원의 사회 구조 변경과 인식개선 등 대대적 변혁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일하는 여성에게 당장 필요한 지원은 방해받지 않는 시간

: 일하는 여성이 취미를 가진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죠.

 

: 취미뿐만 아니라 직장 내 필요한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환경이 안 된다고 봐야겠지요. 여성 동아리를 전폭 지원하고자 해도 학습자들의 참여가 저조합니다. 

 

: 참여율이나 참여 환경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현실을 알려 주세요.

 

: 먼저 참여율이 낮은 이유는 참여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관에서는 프로그램의 대상이나 특성에 따라 낮과 저녁 시간대로 차별화하여 운영하려고 하죠. 그러나 일하는 여성들의 참여 가능 시간인 퇴근 후 저녁 시간대 중심으로 프로그램이나 학습동아리를 편성해 두어도 참여가 어렵습니다. 가사 노동과 육아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주말 또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니 참여가 사실상 어려운 것이고요. 우리가 지원하는 서비스를 소개해 드릴게요. 우선 여성고용유지 및 일생활균형을 위한 서비스와 노동 상담, 성희롱 예방교육이나 노동 인권교육을 포함한 남녀고용평등교육을 지원하죠. 그리고 감정 노동자를 위한 여성 노동자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있고요. 일하는 여성만큼 중요한 대상이 주변인입니다. 가족, 지인들의 인식개선과 삶의 변화를 위한 프로그램(직장 대디와 자녀 프로그램 등)도 진행합니다. 가사와 육아에서 벗어난 높은 연령층이 요구하는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소통에 대응하는 문제해결 능력 강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이분들은 주로 낮 시간대에 참여하시는 편이에요.

 

: 낮 시간대에 참여가 가능한 또 다른 대상의 특징이나 요구가 궁금하네요.

 

: 거의 육아 휴직 중이거나 사회 재진입을 앞둔 여성이에요. 오전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어서 그나마 참여가 가능한 환경에 있는 분들이에요. 직장 내에서 필요한 역량을 보완하고 사회적 지위나 만족도가 상승할 기회를 앞둔 여성들에게도 사실상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기관 예산으로는 높은 수준의 심화 프로그램이나 트렌디한 교육을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기대하는 양질의 서비스를 보장하기 어렵지요. 이 모두를 충족한다 해도 일하는 여성에게 당장 필요한 지원은 방해받지 않는 시간입니다. 교육에 몰입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의 확보 말입니다. 아무리 필요한 교육일지라도 가사와 육아라는 필수 환경 앞에서는 선택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오전 참여자가 많아요.


‘노동자’라는 단어가 주는 역사의 트라우마

: 지금까지 진행한 일 중에 가장 아쉬운 지원이나 사례가 있을까요? 일하는 여성이 필요로 하는 지원이 다양한 만큼 아쉬움도 많을 것 같군요.

 

: ‘돌봄 노동’과 ‘감정 노동’은 거의 여성들이 도맡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특히, 돌봄 노동의 최전선에 있는 요양보호사들에게는 다각도의 변화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국에서 요양원과 요양보호사가 가장 많은 고양특별시에 특별히 필요한 지원이죠. 그만큼 돌봄 노동 여성들의 참여율이 높기도 했어요.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서 우리가 찾아가는 교육도 시도했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장벽이 있었습니다. ‘여성 노동자’라는 단어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사업체에서 요양보호사들에게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수용하고자 하지 않았어요. 다툼과 갈등을 조장하거나 고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는 거죠. 즉, 비판적 의식을 일깨워 고용주와 대립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겁니다. ‘노동자’라는 단어가 주는 역사의 트라우마죠.

 

: 양질의 돌봄을 위해서라도 서비스가 필요할 텐데 또 다른 장벽이 있군요.

 

: 청소노동자, 여성 이동노동자(렌탈 업종, 학습지 등)와 같은 노동자를 대상으로 3개 기관(안산, 수원, 고양)이 함께 대대적인 지원 사업을 시도했었어요. 회사마다 근로 환경, 계약 관계 등이 달라서 일반적인 노무 상담도 어려웠고 참여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워서 기대했던 만큼의 모집이 안 됐어요. 청소 노동자들은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고요. 여러 가지로 현실에 부딪히다 보니 많이 아쉬웠죠. 

 

: 일하는 여성의 일생활균형이 보장받는 사회가 되려면 다각도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 할 것 같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당장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 어려운 질문이네요. 하나만 말씀드릴 수가 없으니 말이죠.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도 사업비를 받고 위탁운영을 하다 보니 성과와 실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필요하다고 도전할 수는 없다는 것이 딜레마예요. 취약 계층과 소외 영역까지 구석구석 섬세한 지원이 제공되려면 예산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즉각적인 양적 성과를 낼 수 없지만 너무나 절실한 지원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더욱 알리고 참여하여 필요한 학습과 기회를 제공하려고 애쓰고 있죠. 


제게 ‘평생학습’은 늘 나를 깨어 있게 하는 도구

: 일하는 여성에게 한마디 하신다면요?

 

: ‘죄책감을 갖지 말자.’입니다. 심리적 부채감에서 해방되십시오. 여러분이 못해서가 아니에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 센터장님의 꿈이 있다면요?

 

: 이 장소가 일하는 여성들의 쉼터가 되고 놀이터가 되면 좋겠어요. 이곳보다 나은 환경의 공간을 시에서 마련해 주어서 퇴근하다 들려 스트레스도 풀고 쉬었다 가는 곳이길 바랍니다. 일하는 여성들만이 가지는 애로사항을 다 받아 주고 해결해 주는 ‘홍반장’은 될 수 없지만,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 마지막 공식 질문드립니다. 일하는 여성에게 ‘평생학습’은 무엇이며 센터장님에게 ‘평생학습’은 무엇일까요?

전 : 일하는 여성에게 ‘평생학습’은 현실적 문제해결의 도구가 될 것 같고요. 제게 ‘평생학습’은 늘 나를 깨어 있게 하는 도구예요. 우리 모두 깨어 있어야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하지 않을까요?


아직도 많은 분이 모른다는 현실이 속상하다며 인터뷰를 시작한 전선윤 센터장은 센터 운영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참여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환경에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지요. 슈퍼우먼이 되는 프로그램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일하는 여성들이 행복하기를 최우선으로 바랐습니다. 그것이 그들이 속한 가정과 지역이 행복해지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일생활균형을 지원하는 사업이 필요 없을 만큼 일하는 여성이 당당히 취미생활을 하고 주말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아니 고양특례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친화도시로서 고양특례시가 꼭 해 주기를 바라는 복지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일하는 여자들에게, 그리고 전선윤 센터장에게, 찬란한 가을 하늘만큼 아름답고 소중한 열정과 실천에 감사를 보냅니다.


전선윤 센터장
전선윤 센터장

 

 

참고 : 고양시여성노동자복지센터


 

  

(글) 임은정 l 사부작 사부작 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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