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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 정담

2023년 03월호

정담

[인터뷰] '더불어 꿈' 서재남 대표

[정담] ‘더불어 꿈’ 서재남 대표

스스로 성장하는 것, 그게 문화 교육의 힘이죠!

 

 

어린이 신문 기자가 청년이 되어 마을의 어르신들과 함께 공동체 라디오를 만들고, 어린이들의 멘토가 되어 주는 시간, 과연 얼마나 걸렸을까요?

1998년부터 어린이 신문을 만들며 문화교육공동체 활동을 해온 ‘더불어꿈’ 서재남 대표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했습니다. 미디어를 매개로 스스로 목소리를 내며 만드는 문화를 주제로 활동해 온 서 대표는 이 과정에서 남는 건 사람이라고 했지요. 미디어는 도구일 뿐 그 안에 담긴 목소리가 진짜고, 목소리를 내는 건 사람이라는 말씀! 깊은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김호석 고양시 평생학습센터 팀장이 인터뷰했습니다.

 

더불어 꿈 서재남 대표
더불어 꿈 서재남 대표

 


김호석 평생학습센터 팀장(이하 김) :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재남 ‘더불어꿈’ 대표(이하 서) : 저는 문화교육공동체 ‘더불어꿈’ 대표 서재남입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의 문화 교육을 기획해서 미디어를 매개로 진행하고 있어요. 어린이 신문에서 시작해서 마을 라디오, 영상, 매체를 활용한 마을 인문학과 아카이빙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더불어꿈’의 다양한 활동 앞에는 꼭 문화 교육이라는 말이 붙는데요. 보통 문화교육이라고 하면 문화 예술에 참여하거나 그것을 삶에 녹여 내는 교육을 말하는데,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문화 교육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 마을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신문 만들기를 하면서, 어린이와 관련된 모든 것이 어린이 문화라는 개념이 생겼어요. 보통 의식주부터 시작해서 문화를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우리는 그에 더해,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문화라고 생각하고 어린이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미디어에 담기 위해 움직였죠. 성장한 아이들이 공동체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더 자란 청년들은 아이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요. 함께하는 보호자들도 이런 과정을 겪으며 삶의 방식이 변화하게 되고요. 이것이 우리가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어린이들이 보고 느끼고 사랑하는 모든 것이 문화, 스스로 찾게 해”


: ‘더불어꿈’의 활동은 지역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문화라는 말씀이군요.


: 그렇죠. 사실 어린이나 청소년 활동은 교육이 접목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철저히 그 안에서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게끔 합니다. 아이들이나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서 기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기까지, 어른들은 옆에서 함께 해 주는 역할만 했어요. 어린이 신문의 경우에도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사전 조사하고 섭외하고 질문지까지 만들고 현장까지 스스로 찾아가요. 어린이 기자 면접을 볼 때, 지하철을 타고 취재 현장을 찾아갈 수 있는가부터 봤답니다(웃음).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결과보다 과정 중심이 됩니다.


: 그런 과정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게 참 즐거운 경험일 것 같습니다.


: 많죠(웃음). 아이들이 직접 기획해서 1년간 준비해서 떠난 캄보디아 캠프가 있었어요. 공정여행을 이용해 캄보디아 한 지역의 초등학교와 문화교류를 하기로 했죠. 아이들이 우리가 갈 지역을 직접 조사하고, 할 일을 기획했어요. 음악을 같이 하면 금방 가까워지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생각해 낸 게 리코더예요. 리코더를 학교나 주변에서 1년 동안 모아서 싹 소독한 다음 캄보디아에서 만날 아이들 선물로 준비했죠. 그곳에 가서도 아이들은 어떤 사안이 생기면 자기들끼리 논의해서 결정했어요. 학교가 쉬는 날인데도 찾아온 마을 아이들이랑 같이 밥을 나눠 먹자고, 자기들 용돈을 갹출해서 도시락을 사기도 했어요. 마지막 날엔 같이 연습한 리코더 음악회를 했는데,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몰라요. 사춘기였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캄보디아 활동 영상을 본 엄마들이 다 울었어요. 우리 애가 저렇게 다정한 아이구나, 하면서 말이에요. 이런 과정이 아이들은 물론 부모님, 그리고 저도 성장시켰습니다.


: 스스로 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이군요.


: 그렇죠. 스스로 기획하고, 현장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나도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은 어떤 여행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같더라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문화를 만드는 활동가가 되는 거죠. 한번은 아이들이 원당 수역이 마을 어르신들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어요. 문산 고속도로 공사로 마을이 둘로 갈라졌는데 주민들이 참 힘든 시간을 보내셨대요.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참고 살지 마, 표현하고 살아야 해’라는 말씀으로 이야기가 시작돼서 공동체 라디오 ‘별이 빛나는 고양’ 사업을 했어요. 아이들이 어르신들의 응어리진 마음이 이야기를 통해 풀어지길 바란 거죠. 아이들의 자원과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만나서 시너지를 내길 원하면서 공개방송을 준비했어요. ‘시와 음악 사이’, ‘고향 따라 이야기 따라’ 같은 코너로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게 준비했어요. 그렇게 고양 FM을 만들었답니다.


“응어리진 어르신들 마음 듣고 말씀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해소”


: 이렇게 성장한 친구들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 이렇게 성장한 친구들이 청년이 되어서 단체를 운영하면 좋겠다 싶어 시도를 했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학업과 병행해야 하니까 너무 버거워하는 거예요. 2010년경 그때 4학년이었던 친구가 자기는 수강한 과목이 하나밖에 없다면서 대표로 진짜 열심히 활동했어요. 그 후에 그 친구는 N사에 취업했는데 ‘더불어꿈’에서 경험한 게 진짜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스스로 기획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부딪혀 본 것, 그것이 큰 자산이라고 아이들은 이야기해요. 이렇게 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게 되더라고요. ‘드림스타트’라고 해서 한부모 가정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할 때 제가 그랬어요. ‘너희들이 받은 사랑을 내리사랑으로 돌려줘라.’ 이 친구들이 동네 형과 누나가 돼서 같이 캠핑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거예요. 한부모 가정의 보호자는 경제활동 때문에 자녀들과 이런 활동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 경험이 아이들의 마음을 채워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마을에서 성장해서 그 경험을 환원하는 게 큰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미디어는 도구일 뿐, 그 안에 담기는 건 결국 사람”


: 대표님이 생각하는 미디어란 무엇일까요? 많은 활동에 미디어를 활용하시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 저는 미디어가 도구라고 생각해요. 메시지는 사람이 만드는 거고, 미디어는 그걸 담는 그릇인 거죠. 신문, 영상, 사진 이런 게 모두 메시지를 담는 다양한 그릇이에요. 결국 사람의 메시지를 미디어라는 도구로 전파하는 거죠. 미디어의 중심은 결국 사람이고, 그걸 통해 사람이 배우고 변화하는 겁니다. 공동체 미디어는 수평적인 구조로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고 수용자가 될 수 있어요. 누구나 미디어라는 도구를 통해서 자기 생각과 표현을 담을 수 있는 거죠.


: 사람이 미디어의 중심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지속해 오신 마을 아카이빙 사업이나 어르신들의 미디어 자서전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 마을 아카이빙 사업은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미디어를 통해 표현하는 것처럼, 마을의 역사도 마을 사람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과정이에요. 대단한 장비가 아니라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랑 주민 인터뷰로 기록집도 만들고 전시회도 했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그분들이 변화하는 게 느껴져요.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고 밝아지는 거예요. 또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사람마다 어쩌면 그렇게 깊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 몰라요. 지난해에는 재미공작소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미디어 자서전 활동을 했어요. 어르신들 인생 얘기도 듣고, 자신에게 편지도 써 보자고 했지요. 한 분 한 분 각각 영상 편집을 해서 그 중간에 젊은 시절 사진도 넣었답니다. 소외 계층 어르신들과 주로 이런 활동을 하면서 삶에서 작은 활력을 찾을 수 있게끔 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게 마을에서 이뤄진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더불어 꿈 활동집 모음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담아 내는 과정에서 성장”


: 대표님 말씀을 듣다 보니 ‘파울로 프레이리’라는 브라질 교육자가 한 말이 생각나는데요. “그들의 생각을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목소리로, 말하게 하라!”


: 네,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담아 내는 과정이 결국 성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르신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성찰을 하게 되고 성장하는 것이지요. 나이와 상관없이 성장은 가능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미디어는 도구가 되고요. 미디어 활동은 어른들에게 중요한 학습 과정이에요. 메시지를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이지요.


: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평생학습은 무엇일까요?


: 평생학습은 결국 나를 알아가면서 나를 만나게 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내 삶을 채워 주는 경험. 그 경험을 통해서 우리가 성장하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대표님의 ‘더불어꿈’ 활동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한 줄로 꿰어 보면, 대표님 자체가 이 많은 메시지를 담은 미디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꿈’과 대표님의 미디어를 응원합니다.


여러분은 문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문화는 인간의 모든 생활 양식을 넓은 의미로 가리키는 것이에요. 문화(Culture)라는 말은 라틴어 ‘Cultus’에서 유래된 것으로 ‘밭을 갈아서 경작한다’는 의미로 시작되었다고 해요.

문화교육공동체 ‘더불어꿈’의 다양한 활동이 어쩌면 이 문화(Culture)의 어원에 맞닿아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지어 나의 양식을 만드는 행위는 그 옛날, 사람들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소중한 과정이 아니었을까요? ‘더불어꿈’이 고양시의 더 많은 사람과 꿈의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기를 바랍니다. 


 

   

(글) 임수정 l 사부작 사부작 웹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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