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비주얼 이미지

사부작 정담

2023년 04월호

정담

[인터뷰] '뜰안에 힐링팜' 한소진 대표

[정담] ‘뜰안에 힐링팜’ 한소진 대표


자산 2.png


식사동 원예 농장 ‘뜰안에 힐링팜’. 1,200평 규모의 농장에 들어서자마자 청량한 녹색 냄새가 반겨 줍니다. 이름 모를 키 큰 열대 나무들과 선인장이 자아내는 이국적인 느낌에 농장 가운데 배수로에서 희귀 수생식물이 반겨 주는 곳. 곳곳의 벤치에 앉으면 물소리와 나무에 이끌려 들어온 새소리가 들리는 곳.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공간입니다.

고양시 평생학습카페이기도 한 ‘뜰안에 힐링팜’을 가꾸는 한소진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IMG_0778.JPG

                                                                              (뜰안에 힐링팜 한소진 대표)

 

 

 

“20여 년 전 계산 없이 심은 나무 한 그루가 숲 이뤄”


김호석 고양시 평생학습센터 팀장(이하 김): 안녕하세요. ‘뜰안에 힐링팜’에 올 때마다 몸 안의 피로가 땅으로 흘러 내리는 느낌을 받아요. 이러한 신기한 공간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한소진 뜰안에 힐링팜 대표(이하 한): ‘뜰안에 힐링팜’은 20년 전 나무 한 그루로 시작된 공간이에요. 한 그루가 두 그루가 되면서 이렇게 숲을 이룬 거죠. 남편이 친구한테 얻어온 꽃나무 한 그루, 제가 배우던 교수님께 선물로 받은 구근 식물 이런 걸 그냥 계산 없이 심었어요.


: TV 프로그램 [다큐 3일] 작가로 15년 일한 박지현 저자의 <참 괜찮은 태도>라는 책에 나온 전남 장성 축령산의 편백 숲을 만든 임종국 선생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텅 빈 산을 20년 동안 가꿔서 편백 숲을 만들었고, 지금은 전국에서 치유가 필요한 환자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임종국 선생이 숲을 만들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이 다 말렸다고 하더라고요.


: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지금도 여기 오시는 분들이 수익구조를 많이 물어보시는데, 사실 이 공간으로 돈을 번다기보다 사람들에게 휴식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지금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많이 오면 욕심이 생기고 이 공간을 만든 본질이 흐려질까 봐서요. 요즘 삶에 지치고 상처받았다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잠깐 시간을 내서 충전하고 휴식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 여기에서는 마음과 몸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치유의 시작이 되고요. 의사결정 이나 쟁점토론이 필요한 분들이 오시면 좋겠어요. 마을이 확짝 열릴 테니까요.


: 맞아요. 한번은 뭔가 결정이 잘 안되는 대안학교 임원분들이 오셔서 토론하고 싶다고 하셔서 제가 무료로 공간을 대여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소통이 잘되었다고 뿌듯해하시더라고요. 나무와 식물이 주는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걸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죠.

 

 

IMG_0745.JPG    IMG_0758.JPG

                          (뜰안에 힐링팜 전경사진)



“장애아동 돌봄 활동… 나무 가꾸며 치유하는 아이들”


: 나무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네요?


: 아이들의 이름입니다. 여기에서 장애인 아이들 주간 돌봄을 하고 있어요.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에 활동하는데, 아이마다 한 그루씩 관리할 수 있도록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줬어요. 아이들이 나무가 어떻게 하면 잘 자랄지 생각도 하고 돌보는 거죠. 한 부모님이 몰래 오셔서 아이들이 활동하는 걸 보고 가셨나 봐요. 저한테 ‘여기는 천국이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아이들이 식물을 돌보며 즐거워하는군요.


: 1년째 활동 중인데 장애아동들은 사실 행동에 제약을 많이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거죠. 자기 나무를 가꾸면서 정서적으로 눈에 띄게 안정이 되고요. 이런 모습이 저한테도 힐링이에요. 이런 치유의 공간을 더 많은 고양시민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많은 분이 오시면 영업에도 도움이 되나요? 어떤 식으로 힐링팜을 이용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이곳은 대여하는 공간은 아니고요. 원하시는 분 누구나 오셔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저는 원예 관련 출강을 많이 다녀요. 수익은 주로 그 분야에서 내지요. 여기는 힐링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육 공간이자 꽃도 키우는 화원이에요. 오시는 많은 분이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지고 조력자가 되어 주시기도 해요. 그렇게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요. 문을 열어 놓고 외출하면 동네 분들이 와 계시기도 해요. 동네 사랑방, 나아가서는 고양시 사랑방이 되면 좋겠어요. 


“치유 프로그램은 대상의 목적에 맞춰, 나무 속에 사람 이야기 들어 있어”


: 이곳은 농업에 치유라는 개념을 도입한 고양시 1호 농장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원예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데, 어떤 점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 대상에 맞춰서 그 대상이 어떤 치유를 원하는가 생각해 보고 프로그램을 기획해요. 원예 체험과 교육이 다르고 치유 프로그램이 다르거든요. 나무 이야기를 기본으로 그 안에서 대상이 어떤 부분의 치유를 원하는지 녹여 내는 거죠. 나무 속에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 있거든요. 이런 이야기 속에서 자기 경험을 대입해 감동하시죠.


: 처음에 아무런 계산도 없이 누군가에게서 받은 나무나 꽃을 심어서 이렇게 숲을 이루게 됐다고 하셨는데, 그런 과정이 평생학습으로 사람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몇 살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될 거야, 라고 계획대로 하는 게 아니라 누구와 만나고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서 계속 길이 생기는 과정이라고나 할까요. 뿌리와 가지가 뻗는 방법처럼요.


: 맞습니다. 제가 힐링팜에서 평생학습을 통해 꿈꾸는 것도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길을 만들고 서로에게 길이 되어 주는 모습이에요. 어린 시절에 누구나 대통령 꿈을 꾸지만 다 이루어지지는 않잖아요(웃음). 그런데 꿈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변화가 되고 그 과정이 또 다른 길을 열어 주더라고요. 저도 원예를 전공했지만, 이런 농장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그러다 농장을 잘 운영하고 싶어서 경영대학원에 갔고, 사회복지학까지 공부했어요. 요즘은 심리학과 상담도 공부하고 싶어요. 이렇게 다양한 만남과 학습이 새로운 길이 되더라고요. 


“평생학습카페에 많은 호응… 생활 원예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


: 고양시 평생학습카페를 운영하신 지 올해로 4년 차이기도 합니다. 지난해엔 고양시 평생학습카페로 <행복한 원시인>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는데요. 학습자들이 크게 만족한 프로그램입니다.


: <행복한 원시인>은 ‘원예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원시인에 이민정 행복학습정원사가 ‘행복한’이라는 말을 붙인 제목이에요. 정말 놀랍게도 식물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모르시는 고양시민들이 많아요. (웃음). 인터넷에 가짜 정보도 많고요. 화분을 사는 게 끝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려서 내 반려 식물로 함께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거죠. 학습자분들이 ‘내가 정말 몰라서 소중한 꽃을 죽였구나’ 깨달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학습이 생활 원예의 시작이라고 봐요. 힐링팜이 나무로 치유하는 공간이잖아요. 집에서 식물을 잘 키우면 그 안에서도 치유가 시작될 수 있어요. 저는 그런 점에서 생활 원예를 전파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꽃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키우는 법을 알려 주는 것이지요.


: 평생학습카페 운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 평생학습카페를 해 보라고 추천해 주신 분이 이미경 행복학습정원사예요. 공간이 학습으로 더욱 성장하게 될 거라고 해 주셨죠. 사실 평생학습카페가 수입을 가져다 오는 것은 아니잖아요(웃음). 평생학습카페를 시작하면서 마을 분들이 오는 공간으로 확장되더라고요.


: 공간이 학습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얘기처럼 정말 힐링팜도 성장한 것 같습니다.


: 맞아요. 이곳에 오시는 분들도 저도, 공간도 성장하는 것 같아요. 저는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고 그분들로부터 에너지를 받았어요. 사람은 배움에서 성장을 하잖아요. 경력 단절 여성들도 이곳에 많이 오셨거든요. 이분들이 재능이 없는 게 아니에요. 여기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 되게 뿌듯했어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관계가 맺어지더라고요. 또 평생학습카페 강사는 화려한 이력보다는 우리 같은 소소한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재능과 마음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치유되고, 저는 에너지를 받지요. 그렇게 선순환이 이뤄지는 공간이 되는 게 아닐까요?

 

 

 IMG_0811.JPG   IMG_0804.JPG

                          (뜰안에 힐링팜 전경사진)



“이곳에 가면 나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 요즘 집과 직장 말고도 내가 쉴 수 있고 사람도 만나고 편안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이곳이 지역주민들에게 제3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제가 바라는 게 그거예요. 고양시민 누구나 지나다 들르셔서 차 한잔하고 쉴 수 있는 공간, 서로 배려하면서 나눌 수 있는 공간이요. 자기 나무를 가꾸는 장애아동들도, 마을 분들도, 힐링이 필요한 시민들 모두 서로 배려하면서 애착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이곳에 가면 ‘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 유명한 수목 카페들은 대부분 조경을 통해 만든 곳들이죠. 그런데 이렇게 계산 없이 숲을 이루게 한 힐링팜은 느낌이 아주 다릅니다. 정말 숲에 온 거 같아요.


: 늘어진 나무는 늘어지게, 물속에서 자라는 나무는 물속에서, 그 각자를 존중하다 보니 이렇게 서로서로 품어 숲이 되었어요. 사람들이 나무에서 그런 이야기를 보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의 삶은 평탄하고 좋아 보여도 그분들은 그 나름대로 힘듦이 있어요. 나무들도 똑같아요. 나무들은 보이는 게 반, 안 보이는 게 반이라는 걸 꼭 말씀드려요. 그런데 사람들은 드러난 부분만 보고 전체를 다 안다고 생각하죠. 저는 삶을 나무에서 배웠어요. 지금도 배우고 있고요. 이렇게 나무에 제각각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우리 모두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모두 존중받아야 할 삶이에요.


: 작년에 고양시에서 신달자 시인을 모시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시인도 힘든 시절을 겪어 오셨더라고요. 그러면서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는 걸 배웠다고 하셨어요. 대표님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 네, 식물에서, 나무에서 그걸 배우죠. 내가 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7, 8월의 모진 땡볕을 이겨 냈다는 걸 나무는 얘기해요. 꽃을 볼 때 그걸 알 수 있는 눈을 기르기 위해 저는 나무 이야기를 하는 거고요. 진짜 힘들 때 응원받을 수 있는 공간에서 더 많은 고양시민과 함께하고 싶어요.



나무의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는 한소진 대표님과의 인터뷰는 듣는 내내 녹색 에너지로 가득한 느낌이었습니다. 각기 다른 나무가 서로를 품으며 성장해 간다는 말씀처럼 함께 성장하고 치유하는 공간, 학습이 숲처럼 자라는 공간, ‘뜰안에 힐링팜’이 뿌리는 치유의 씨앗을 응원합니다.


(글) 임수정 사부작 사부작 웹진기자 

 

 

 

※ 만나고 싶은 고양시 평생학습 동아리나 인물이 있으신가요? 

“의견내기”를 통하여 알려주세요! 

 

배경 이미지
배경 이미지
배경 이미지
배경 이미지
배경 이미지
배경 이미지
배경 이미지
배경 이미지
배경 이미지
배경 이미지
배경 이미지
배경 이미지
문서 아이콘

고양시 평생학습 최신 기사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