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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 정담

2023년 08월호

정담

[인터뷰] 고양시 학력 인정기관 높빛희망학교 문해교사 이명혜 & 마영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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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뿐 아니라 삶을 바꾸는 경험을 가르쳐요”- 

 

 

 햇살이 대지를 녹일 듯 뜨겁게 쏟아지는 8월의 하루, 원흥초등학교 안에 있는 높빛희망학교를 찾았습니다. 방학 중이라 텅 빈 초등학교를 가로질러 학교에 들어서니 수업이 한창이었어요. 중학교 국어 수업을 진행 중인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어르신들의 낭랑한 소리가 진짜 학교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에 있는 높빛희망학교는 시대적 환경이나 다양한 어려움으로 배움의 시기를 지난 성인들에게 초등 및 중학 과정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입니다. 21년 <초등 및 중학 과정 학력 인정 성인 문해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문해 교육과 더불어, 높은 수준의 학습을 원하는 성인 학습자들이 함께 중등 과정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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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빛희망학교의 문해교사 이명혜, 마영휴 선생님을 인터뷰했습니다.

※ 일정 관계로 이명혜 교사는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후 재구성했음을 밝힙니다.


송은비(이하 송) : 안녕하세요. 이명혜, 마영휴 선생님. 먼저 높빛희망학교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명혜(이하 이) : 높빛희망학교는 고양시 문해교사들과 학습자의 염원을 담아 2021년 문을 연 학력 인정기관입니다. 초등과정과 중학 과정이 운영되어 오다 올해는 중학 과정만 운영 중입니다. 1, 2, 3학년 3개 과정에 약 20명씩의 성인 학습자가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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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영휴(이하 마) : 처음엔 학생 10여 명 정도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20명이 넘을 정도로 중간에 편입생도 많아졌고 대기자도 있을 정도로 학습 열기가 뜨겁습니다. 고양시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시고 특히 원흥초등학교에서 시설을 빌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중학과정 운영중인 정규학습기관, 대기자 있을 정도로 학습 열기 뜨거워”


 

: 높빛희망학교가 문을 연 지 올해로 3년이 되었는데요. 높빛희망학교가 생기기까지 많은 분의 노력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 문해교육으로 삶의 질이 높아졌지만, 정규 학습 과정을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느끼는 학습자들이 많았어요. 학력 인정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고 고양시 초등학교 2개소에서 초등학력 인정 과정이 운영된 적도 있지만 1회 졸업생 배출 후 모두 문을 닫았어요. 그때 졸업한 학생들은 진학할 학교가 없어서 안타까운 상황이었어요. 고양시 문해교사회에서 경기도 교육감님께 편지를 보내는 등 노력 끝에 결국 21년 문을 열었습니다. 3년째 학교를 운영하면서 고양시에 이렇게 많은 중학 과정 수요가 있었는지 깜짝 놀라요. 정원을 계속 늘리고 있어요.


: 고양시 안에서 높빛희망학교가 가지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해 그 의미가 어떻게 확산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 높빛희망학교로 고양시 비문해 학습자들에게 연계성 있는 문해교육이 가능해졌어요. 문해교육은 단지 글뿐 아니라 삶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학습자들에게 의미가 남다릅니다. 복지관에서 기초를 닦은 후 높빛학교 초등과정에 오셔서 1년 만에 졸업하고, 중학 과정을 공부하고, 고등학교로 가거나 검정고시를 치르면서 초, 중, 고 과정이 연계적으로 이뤄지게 된 것이죠.


: 문해교육을 받은 학습자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학습기관에 다닌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세요.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창의 체험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게 행복의 경험이죠.


: 높빛희망학교는 수준 높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학력 인정 교육과정 이수에 필수인 과목과 더불어 창의적 체험활동은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 올해는 학과 선생님들이 나누어서 창체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습은 결국 시대 변화에 맞추는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고 생각해서 현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려고 해요. 올해 3학년은 청와대 견학, 기후 위기 환경 교육, 자살 예방 교육을 진행해서 호응이 높았어요.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심폐소생술 등 교육과 함께 문화적 소양을 겸비할 수 있는 팝송 배우기, 전통 매듭, 민화도 함께 배웠어요. 코로나도 풀렸으니 2학기에는 현장 학습도 다녀볼 예정입니다.


: 교사들이 자신의 재능을 나눠주는 활동을 하는데요. 사회 선생님께서 공예도 가르쳐주시고, 수학 선생님은 응급 처치 교육도 해주시고, 저는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와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상당히 수준이 높은데도 학습자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나는 60년 동안 죄인이었다” 시화 작품 보고 마음 아파


 

: 8월 7일부터 고양시청 갤러리에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이 진행 중인데요. 높빛희망학교 작품이 <2023 대한민국 문해의 달 전국·경기도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우수상을 받았어요. 저도 다양한 문해교육 학습자들이 만들어 낸 작품을 보며 감동하였는데 선생님들의 마음속에도 인상 깊은 작품이 있었나요?

이 : “겨울 같던 인생에 용기 내어 배움이라는 씨앗을 심는다. 돌아보면 성장한 나를 발견한다.” 학습자의 작품 중 이 구절이 인상 깊었어요. 저도 그 성장의 과정을 함께 했다는 기쁨을 느끼게 되어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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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60년 동안 죄인이었다” 라는 학습자의 작품이 있었는데 저는 굉장히 마음이 아팠어요. 공부하지 못한 걸 죄라고 생각하신 거잖아요. 어떤 분은 전쟁 때 군대에 간 남편이 편지를 보냈는데 그걸 읽지 못했던 거예요. 글을 몰라서. 남편도 몰랐대요. 그때 그 편지를 읽지도 못하고 답장도 못 쓰는 심정을 말씀하시는데 이런 분들이 여기서 새롭게 배우고 응어리진 마음을 푸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런 학습자들을 만나는 기쁨이 문해 교사를 하는 원동력이 될 것 같아요. 문해교사가 가져야 할 윤리, 태도, 마음가짐이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들께서 문해교사를 시작하게 된 동기나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문해교사는 일반 교사와 아주 다릅니다. 어르신들은 학력이 낮다 뿐이지, 인생살이 경험은 훨씬 많으시기 때문에 저는 학습자들에게 배운다는 마음이예요. 저는 국어 교사 자격증이 있는데요. 문해교사를 시작하는데 학습자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고양시에서 시행한 문해교사 양성 과정을 통해 문해교사 협회에서 발급하는 문해교사 3급도 땄어요. 자격 과정과 연수를 통해 학습자들에 대한 이해와 문해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채워졌다고 생각해요.

또, 학력이 낮아 가족이나 사회에서 무시당하며 살아왔다고 느끼시는 분들이라 항상 응원과 격려를 하며 자존감을 높여드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귀한 시간을 내셔서 오시는 만큼 알차게 배우고 느끼며 기쁘고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 저는 교육 행정공무원으로 서울시 교육청에서 근무하다가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서 중등 교사와 초등 교사 과정을 함께 이수하고 문해교사가 되었습니다. 문해교사는 학습자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중요합니다. 단순하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만 치중하면 학생들이 굉장히 따분해합니다. 학생들의 경험적 사회적 수준에 맞춰서 교과에 있는 지식을 얼마나 재미있게 전달하느냐가 관권입니다. 학생 수준을 파악하고 교육과정을 녹여내는 게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생 경험 풍부한 학생들에게 배운다는 마음으로 교사 임해야”


 

: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라는 순천 할머니들의 시와 책이 생각나네요. 사회가 변하면서 문해 교육의 의미가 점차 넓어지고, 이에 따른 정책의 변화도 꼭 필요하다는 많은 분들의 인식이 있는데요. 문해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방향성을 짚어주실 수 있을까요?


: 문해력 저하가 세대 고하를 막론하고 요즘 시대의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또, 요즘 시대가 워낙 변화가 빠르잖아요. 스마트폰,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술에 적응하는 것도 문해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3학년 학생들이 코로나 첫해에 입학해서 줌으로 수업을 해야 했는데 이틀을 연습하니까 되더라고요. 이렇게 새로운 시대의 문해교육은 디지털 리터러시가 되지 않을까요? 학습자들도 요구하는 부분이예요. 


: 성인들이 디지털이나 생활 문화 등 자신이 모르는 분야를 알아가는 과정까지 사실은 문해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맞춰서 문해 교육이라는 용어부터 글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한정적인 인식이 아닌 포괄적인 인식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쪽으로 바꾸는 게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 두 분 다 단순히 글자뿐이 아닌 시대 변화에 맞춰 삶에 필요한 능력을 함양하는 과정까지 문해교육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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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해 교육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숨어있는 학습이 필요한 분들이 학교로 오실 수 있어요. 지금 여기 오시는 분 중에는 50대도 있고 마포 교육청 쪽에는 30대도 배우러 오세요. 단순히 어려운 시절 못 배운 어르신들이 받는 교육이 아니라는 거죠. 저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는 공간을 꿈꾸고 있어요. 단칸 교실 등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분들도 많은데 이렇게 높빛희망학교처럼 독립된 장소가 있으면 학생들이 좀 더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어요. 정규 과정 속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지원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공간이 학생들에게 주는 자부심이 있다는 말씀이죠?


: 그렇죠. 교실이 하나뿐이라 올해 초등학교 과정 학생을 받지 못한 것이 마음이 아파요. 학생들은 이 학교로 아이들과 함께 등교하는 게 너무 좋다고 해요. 그게 우리 학교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요. 교실이 늘어나서 초등과정과 중학 과정이 연계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 원흥초등학교에서 협조를 해주시는 것처럼 많은 학교나 공공 기관에서 문해교육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인식을 좀 변화해서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많아지면 매우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지금 대기자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 높빛희망학교가 점점 그 의미를 확장해서 많은 분들이 오셔서 배움의 기쁨을 누리길 바래봅니다. 마지막으로 문해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염원하며 2행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즐거운 배움의 길 걸어가겠습니다.

문! 문해교육의 길을 걷는 우리들, 학습자들과 함께

해! 해피해피 데이! 날마다 행복하세요!!


: 문해교육은 결국 해박한 지식도 필요없이 참여하는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 문제는 참여다

해! 해박한 지식도 필요없다. 모두 모이자 힘내자!


 단순히 몰랐던 글자를 배우는 것에서 넘어서 삶을 바꾸는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나누려는 문해교사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높빛희망학교가 점점 더 넓은 의미로 확장되어 숨어있는 학습자들을 둥글게 모으는 공간이 되길 바래봅니다.


 

+ 8월7일부터 9월27일까지 고양시청 갤러리에서부터 덕양구청 갤러리, 아람누리도서관 빛뜰갤러리, 일산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까지 순회 전시가 진행되는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시화전 안내 게시물 바로가기 : https://www.goyanglearn.net/news/news.html?bmain=view&uid=27

 ○ <2023 대한민국 문해의 달 전국·경기도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 우수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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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정 사부작 사부작 웹진기자

 

 

 

 

 

※ 만나고 싶은 고양시 평생학습 동아리나 인물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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